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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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을 버리면서 망설였던 날
달콤했던 연애가 끝나고 남은 자리는 지뢰 찾기와 똑같다. 생각도 못했던 부분에서 그리움의 스위치가 갑자기 터진다. 몇 년 전, 가장 아팠던 연애가 끝나고 다시는 집 근처에서 연애를 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집안 곳곳에 있던 추억들 때문에 고작 화장실에 있는 칫솔을 버리면서 망설이고 말았다. 냉장고를 열면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료수가 보이고, 나는 보지도 않던 연애프로는 어느새 내가 가장 애청하는 프로가 되어있었다. 집에 가는 길 공기마저 헤어진 사람이 생각나 잊고 있던 기억이 갑자기 시한폭탄처럼 터져버린다. 이번에는 내가 사는 터전이 아닌 곳에서 연애를 했으니 괜찮겠지 싶었지만 아니었다. "난 다 좋아" 친구의 카톡을 보자마자 갑자기 그 사람의 말투가 연상이 되고 가라앉아 있던 그립다는 감각이 깨어났다...
2024.06.12 -
좌석 1열 불청객
친구와 카페가는 길에 '임한별의 사랑하지않아서 그랬어'를 들었을 때,가는 길 내내 가사 하나하나 찝어내어 남의 일처럼 그렇게 욕을 했다.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 나쁜 사람이 다 있냐고 그게 나에게 일어났다. 그 여자는 그저 소개받은 사람일 뿐이고, 정말 좋아하는 건 나 하나뿐이고,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나 뿐이다. 네 앞에서만 유일하게 온전하게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며 귓가에 속삭이는 말에 내 눈과 귀를 다 막고 믿고 싶었다. 그 후에는 나를 예전만큼 좋아하지않는다고, 그리고 처음에는 나를 좋아했었다고 완곡한 화법속에는 단 한마디의 사랑했었다는 말이 없었다. 그저 여태껏 고마웠다. 내 힘든 시간을 네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내가 안아줘서 눈물나게 고마웠던 적도 많았고 미안하다. 넌 좋은 ..
2024.06.12 -
어제는 숙면을 취했다
오랜만에 정신이 엄청 맑다. 내 자신의 자아를 되찾고 있는 기분이다. 어제는 밤에 한 번 깨고 숙면을 취했다. 목에 담이 걸려서 살짝 몸 자체는 불편하지만, 정신 자체는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정순하다. 오늘 친구와 만나면서 얘기를 했지만, 내가 상대편을 좋아함과 별개로 연애를 하면서 정말 많이 스트레스받았던 것 같다.결국 상대방은 남이고, 남의 일인데 그걸 해결해주려고 하고 해결이 되지 않으니 점점 우울해졌다. 남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되고 거리를 두고 다가갔어야 했는데 한순간 훅 들어온 상황에서 거리 감각을 잃었다. 태생적으로 우울한 사람의 기질을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우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고, 나름 우울함 속에서 무언가 자신만의 방식을 찾고 있다. 나까지 그 ..
2024.06.12 -
생각의 방향 바꾸기
혼자 사랑하고, 혼자 이별하고, 혼자 울고, 혼자 우울해하며, 혼자 수렁에 빠졌다. 상대방은 잘 지내고 있다. 나는 곱씹으며 생각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어떻게 나에게 그랬을까?내가 뭐가 부족했는데?그는 언젠가 후회할 거야.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맴돈다. 이제는, 물 흐르듯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기기로 결심했다.생각을 그렇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의식하며 있는 것과 무의식적으로 빠져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나는 의식적으로 생각의 방향을 바꾸려 한다.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