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7)
-
칫솔을 버리면서 망설였던 날
달콤했던 연애가 끝나고 남은 자리는 지뢰 찾기와 똑같다. 생각도 못했던 부분에서 그리움의 스위치가 갑자기 터진다. 몇 년 전, 가장 아팠던 연애가 끝나고 다시는 집 근처에서 연애를 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집안 곳곳에 있던 추억들 때문에 고작 화장실에 있는 칫솔을 버리면서 망설이고 말았다. 냉장고를 열면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료수가 보이고, 나는 보지도 않던 연애프로는 어느새 내가 가장 애청하는 프로가 되어있었다. 집에 가는 길 공기마저 헤어진 사람이 생각나 잊고 있던 기억이 갑자기 시한폭탄처럼 터져버린다. 이번에는 내가 사는 터전이 아닌 곳에서 연애를 했으니 괜찮겠지 싶었지만 아니었다. "난 다 좋아" 친구의 카톡을 보자마자 갑자기 그 사람의 말투가 연상이 되고 가라앉아 있던 그립다는 감각이 깨어났다...
2024.06.12 -
좌석 1열 불청객
친구와 카페가는 길에 '임한별의 사랑하지않아서 그랬어'를 들었을 때,가는 길 내내 가사 하나하나 찝어내어 남의 일처럼 그렇게 욕을 했다.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 나쁜 사람이 다 있냐고 그게 나에게 일어났다. 그 여자는 그저 소개받은 사람일 뿐이고, 정말 좋아하는 건 나 하나뿐이고,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나 뿐이다. 네 앞에서만 유일하게 온전하게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며 귓가에 속삭이는 말에 내 눈과 귀를 다 막고 믿고 싶었다. 그 후에는 나를 예전만큼 좋아하지않는다고, 그리고 처음에는 나를 좋아했었다고 완곡한 화법속에는 단 한마디의 사랑했었다는 말이 없었다. 그저 여태껏 고마웠다. 내 힘든 시간을 네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내가 안아줘서 눈물나게 고마웠던 적도 많았고 미안하다. 넌 좋은 ..
2024.06.12 -
어제는 숙면을 취했다
오랜만에 정신이 엄청 맑다. 내 자신의 자아를 되찾고 있는 기분이다. 어제는 밤에 한 번 깨고 숙면을 취했다. 목에 담이 걸려서 살짝 몸 자체는 불편하지만, 정신 자체는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정순하다. 오늘 친구와 만나면서 얘기를 했지만, 내가 상대편을 좋아함과 별개로 연애를 하면서 정말 많이 스트레스받았던 것 같다.결국 상대방은 남이고, 남의 일인데 그걸 해결해주려고 하고 해결이 되지 않으니 점점 우울해졌다. 남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되고 거리를 두고 다가갔어야 했는데 한순간 훅 들어온 상황에서 거리 감각을 잃었다. 태생적으로 우울한 사람의 기질을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우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고, 나름 우울함 속에서 무언가 자신만의 방식을 찾고 있다. 나까지 그 ..
2024.06.12 -
생각의 방향 바꾸기
혼자 사랑하고, 혼자 이별하고, 혼자 울고, 혼자 우울해하며, 혼자 수렁에 빠졌다. 상대방은 잘 지내고 있다. 나는 곱씹으며 생각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어떻게 나에게 그랬을까?내가 뭐가 부족했는데?그는 언젠가 후회할 거야.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맴돈다. 이제는, 물 흐르듯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기기로 결심했다.생각을 그렇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의식하며 있는 것과 무의식적으로 빠져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나는 의식적으로 생각의 방향을 바꾸려 한다.
2024.06.12 -
남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다
"그 정도라면 헤어지는 것이 맞아" 나는 스스로에게 말해보았다. 연애 초기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깊어지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상대방은 연애가 주가 되니 점점 귀찮아했던 것 같다. 이는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연애 방식과 가치관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상대방을 내버려두고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려 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방이 언제인지 묻는 것조차 힘들어하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말을 받아들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결정하고 싶지도 않고 지쳤다는 그의 말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곱씹고 무엇이 문제인지 되짚어봐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단순히 우리의 성향과 가치관, 연애관의 차이였을 뿐이다. 싸우다 나온 말들을 진심으로..
2024.06.12 -
너, 입술이 너무 빨간거 같아
너 입술이 너무 빨간거 같아 나이를 먹으니 어느순간 화장법은 똑같아졌다.가지고 다니기 좋은 팔레트, 내가 제일 잘 어울리는 립스틱 헤어지기 직전 데이트를 할 때, 남자친구가 나에게 입술이 너무 빨간 거 같다는 얘기를 했다. 맨날 바르던 그 색상인데, '입술이 너무 빨간가?' 문득 거울을 보니 어제 친구가 입술색이 예쁘다며 무슨 제품 쓰냐고 물었던 얼굴이 엘레베이터 안 푸르스름한 형광등 조명 아래 촌스럽게 비춰지고 있었다. 내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너무 새빨간 입술을 하고있는 것이 아닌가 창피한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입술이 너무 빨갛다는 얘기를 들은 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남자친구가 좋아한다고 몇번이나 다시 틀어달라했던 그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바르면 촌스러울게 뻔한 요즘 유행하는 립스틱 색상..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