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1열 불청객

2024. 6. 12. 11:23연애

친구와 카페가는 길에 '임한별의 사랑하지않아서 그랬어'를 들었을 때,

가는 길 내내 가사 하나하나 찝어내어 남의 일처럼 그렇게 욕을 했다.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 나쁜 사람이 다 있냐고

 

그게 나에게 일어났다. 

 

그 여자는 그저 소개받은 사람일 뿐이고, 정말 좋아하는 건 나 하나뿐이고,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나 뿐이다. 네 앞에서만 유일하게 온전하게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며 귓가에 속삭이는 말에 내 눈과 귀를 다 막고 믿고 싶었다. 

 

그 후에는 나를 예전만큼 좋아하지않는다고, 그리고 처음에는 나를 좋아했었다고 완곡한 화법속에는 단 한마디의 사랑했었다는 말이 없었다. 그저 여태껏 고마웠다. 내 힘든 시간을 네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내가 안아줘서 눈물나게 고마웠던 적도 많았고 미안하다. 넌 좋은 사람이고 나보다 더 좋은 사람만나 행복해야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고 미안하다는 말 밖에 못한다며 모든 대화가 이어졌다. 

 

그 여자는 사랑하냐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몇번이고 다시 물어보면 관심이 있다 만나보고싶다는 말은 했지만, 

저장해놓은 북마크, 그여자에게 보는 링크들을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여자친구가 연락을 하지 않을때 남자친구가 느끼는 마음

적은 돈으로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법

어떤 사람하고 결혼을 하면 되는지에 대한 글귀들

같이 가고싶어서 스크랩해놓은 집 근처 카페들 

 

내가 함께 하고싶은 것을 스크랩을 해놓고 갈때, 남자친구가 그저 자신의 일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때 그냥 그게 사람 성향이려니 싶었다. 초반에는 나에게 예쁘다며 단 한순간도 떨어지고 싶지않다고, 나와 얘기하는 모두가 질투난다 한 사람이었으니까. 나에게 자기가 사귀기 힘든사람이냐며 나보고 너무 힘들지않냐 물을때 나는 그냥 온전히 너 자신을 사랑한다며 상관없다 말을 하고선  그저 시간이 지나서 예전의 불타오름이 없어지고 평온함과 안정감만 남은거라 생각했다. 

같이 사진을 찍지 않는 이유를 물어도, 사랑하냐는 말을 해주지 않냐 물어도 자기는 한번도 사귀며 그런 말,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뭔가 함께 하자해도 그저 함께 있는것으로만 부족하냐며 되물을 때 칠흑같은 심해 속 물고기가 바닷물이 원래 차갑고 어두운것 처럼 느끼듯이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집에서 30분거리 도봉구에 지하철뷰 카페를 보여줬을 때도 뭐하러 사람들 많은 카페에 가냐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고민없이 거절하는 것을 보고 아 이사람은 원래 사람 많은걸 싫어하지 이렇게 생각하고 당장 힘드니 빼곡하게 가득찬 내 네이버지도 즐겨찾기 카페 대신 눈 앞에 코너마다 있는 스타벅스를 가자할때도 그래 그럴수 있겠다 싶었지만 아니었다. 

 

집에서 지하철 버스를 두어번 갈아타고 50-60분 간 후 20분은 걸어야 갈 수 있는 북한산 언저리의 뷰 좋은 카페를 함께 가고 싶다. 근교에 차타고 멀리 나가야 겨우겨우 갈 수 있는 통창 뷰의 카페를 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순간 나는 세기의 사랑을 바라보는 좌석 1열의 불청객이 되어 연극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극장을 빠져나와 연극을 볼지 말지는 정할 수 있었지만, 연극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어제 집에 가는 길에 내가 싫어했던 그 노래가 나오고 

나를 귀찮아 했던 밤, 변해버린 말투가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소리내서 엉엉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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