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호우 2단계

2024. 6. 27. 18:07연애

이번 달 내내 재수가 없었다. 내 생일에 미역국과 갈비찜을 해주겠다던 남자친구는 환승이별로 떠나고, 일은 너무 많아, 눈을 끔뻑 뜬 순간 눈에 핏줄이 다 터져 졸지에 피안도에 나오는 흡혈귀로 불릴만한 외향이 되었다. 피곤에 찌들어 아침에 로션도 못 바르고 나오는 일이 다반사. 그것도 모자라 하루에 점검을 3개나 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야근하고 실낱같은 정신을 붙잡고 집에 가던 도중 결국 커브길에 어이없이 새로 교체한 지 15일 된 타이어를 터트리고 말았다. 견인차를 부르는 날에는 긴급호우 2단계가 떠서 비를 쫄딱 맞으며 견인차에 올라탔다. 

 

다른 사람을 위로할 때는 지금이 가장 고비이고 밑바닥이니 이제 곧 좋아질 거라며 위로했었는데, 

내 상황이 심해에서 심해로 더 빠지는 상황이 되자 스스로에게 그 위로를 할 수 없었다. 

 

새옹에게는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이 번갈아가며 왔지만, 

나는 괜찮아질 거라며 앞으로 좋아질 거라며 위로한 순간, 그다음 고비가 찾아오고 그다음 고비가 찾아와서

점점 인생의 깊은 고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느낌이다. 

 

너무 힘든데 엉엉 울면서 연락할 사람이 없다는 게 이제 진짜 혼자되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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